1. 하늘은, 혹은 어두움은 소심한 늘보씨를 빚을 때 혼자서도 잘 노는 꿋꿋함을 함께 빚거나 그렇지 않다면 대세주류만을 탐하는 더듬이를 함께 빚어야 했다. 속성은 웍더글덕더글우글우글떼버닝과인데 현실은 한영일권내 확인 가능한 유일한 생존슬래셔라니... 슬픈 것이다. 현실이 슬퍼 장편을 잡을 엄두가 안 나고, 그렇다고 때려치우자니 지금껏 휴옵뽜의 울비와 젬스씨의 대장만큼 소심한 늘보씨의 하트를 사로잡은 이들이 없으니 그저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엑스맨 앵스트 장편전용 수첩에 차곡차곡 메모랑 에피소드, 아이디어들은 쌓여가는데 들일 에너지와 시간을 생각하면 지레 발을 빼게 된다. 저러다 무산되는 거 아냐? 캐릭터만 조금 바꿔서 원고용으로 쓸까... 그래도 1년이 넘게 잡아온 스토린데 조금 아깝다.
2. 별순검 유감. 3시즌, 아니 2시즌이라고 불러야 하나? 케이블에서 몇달 뒤에 할 별순검 다음 시즌은 배우들도 다 바뀌고 세계관도 다 바뀐다고 한다. 우어어어어어억!!!! 그럼 우리 귀엽고 깜찍하고 큐티하고 사랑스러우며 콱 깨물어주고 싶은 배순검님을 볼 수 없다는 말인과! 배순검님을 돌려달라! 마지막 에피소드에서도 "끝나지 않았다"라고 그렇게 강조했으면서! 아들을 잃은 우리 배순검님 에피소드는 꼭 봐야한단 말이다! 게다가 악역인 별감도 더 볼 수 없다니! 소심한 늘보씨 사극버닝 **년! 그렇게 야비하고 나쁘면서도 수컷의 매력이 좔좔 흐르는 악역은 보기 힘들단 말이다! 엉엉엉!!!! 게다가 케이블편 별순검은 dvd출시 예정일 몇 달이 지나도록 나오지도 않아! 공중파에서 했던 dvd랑 케이블 방영편이랑 함께 주문하려고 기다리고 있었는데, 일단 공중파 별순검 dvd를 먼저 주문해야겠고나.
3. 베토벤 바이러스! 우리 명민씨가 마에스트로로 나오는 환상의 드롸뫄!!! 대한민국 변호사 다음 드라마로 결정이 났다는 소식을 듣고 덩실덩실 춤을 추다 상대역들을 보며 잠시 움찔. 순재옹이 나오는 건 정말 좋은데, 우리 명민씨와 애정의 트라이앵글을 그릴 나머지 둘을 보고 현재 고뇌중이다. 그래도 "걔가 나오면 절대 그 드라마 안 봐."배우가 아니라는 것이 다행이라면 다행이지만 호감스트라이크존작렬!배우가 아닌 것이 무척 아쉽다.
4. 바람의 화원이랑 베토벤 바이러스가 겹치면 어쩌지? 무려 김홍도와 신윤복인데! 신윤복이 남장여인이라는 설정이 무진장 아쉽기는 하지만 그래도 김홍도와 신윤복이잖아!
5. 원래대로라면 지금 시기면 소심한 늘보씨가 마음에 드는 호러영화를 찾기 위해 신선한 살코기를 찾아 헤매는 좀비처럼 여기저기 어슬렁거려야 하는데, 호러영화는 무슨 호러영화! 진누님 팜케얀센이 나오는 영화도 못볼 판이다. 그놈의 기담이 호러매니아 소심한 늘보씨의 정체성을 무너뜨렸어! 엉엉엉엉엉! 기담 dvd를 사기는 샀는데 언제 보게될 지는 모르겠다. 이젠 되었겠지 싶다가도 엘리베이터에 혼자 있을 때 가끔 섬찟한 걸 보면... 몇 년내로 기담 dvd를 보는 건 불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그냥 메이킹 필름만이라도 볼까...
6. 날이 덥고 습하니 피부가 비명을 지른다. 얼른 해가 쨍하니 나와줘야 피부도 안 간지럽고, 럭키녀석 귓병도 빨리 나을텐데...
7. 덱스터 시즌2랑 배틀스타 갤럭티카시즌4를 달렸다. 덱스터는 여전히 귀여웠지만 역시 시즌1의 밀고당기는형제호모치정 긴장감이 소심한 늘보씨는 훨씬 좋았다. 갤럭티카는... 소심한 늘보씨가 너무 배틀스타 갤럭티카를 기대한 탓인지 종교물이 되어 너무너무 슬펐다. 그 와중에서도 힐로는 빛났지만... 에필로그가 하나 남았다는 소리를 들었으니 조금 더 기다려 보자.
아놕!!! 이거 스크린을 놓쳤다면 나중에 dvd로 볼 때 울뻔 했다. 이상하게 타이밍이 맞지 않아 결국 놓치는 건가 했는데 cgv에서 오늘까지 하는 걸 보고 무거운 엉덩이를 들고 나갔었다. 그리고 타이렁 이야기가 나온 순간... 피해갈 수 없는 망상의 늪에 빠져 허우적거리게 되었지...(머어엉~)
이건 다 오비완때문이야! 오비완이 납뽜! 오비완만 아니었어도 소심한 늘보씨는 쿵푸팬더를 순수한 마음으로 즐겁게 보고 망상구락부가 아닌 낭만구락부에 순결한(응?) 감상을 올릴 수 있었을 거야! 아놕아놕아놕!!! 시푸와 타이렁의 이야기를 보며 팰퍼틴의 쿠데타는 실패하고 포스를 봉인당하고 제다이템플의 지하감옥에 갇히는 츄즌원과 첫번째 제자의 타락에 얼음꽃이 된 오비완을 생각하지 않을 수 있는 sw부녀자팬이 얼마나 되겠냐구!!!! 엉엉엉엉엉!!!
아나킨의 타락과 첫번째 제자가 트라우마가 되어 웃음을 잃은 오비완, 그런 오비완에게 시금치요괴그랜드 마스터는 영링 잭 블랙을 파다완으로 받아들이라고 권하고, 능청스럽고 진득하고 만만디하면서 원하는 것은 결국 손에 넣는 파다완 잭 블랙의 능청스러움에 어느덧 오비완의 마음에 맺혔던 얼음은 조금씩 녹기 시작하고, 오비완의 새 파다완 소식에 츄즌원은 봉인된 포스를 질투의 힘으로 부활시키며 갤럭시에 다시 한 번 위기를 가져오고... 블라블라블라블라.
망상시리즈는 사실 갤럭시버전뿐만이 아냐. 타이렁에게 모든 기대를 쏟는 시푸와 시푸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몸부림치는 타이렁 시츄에이숑 하나만으로도 얼마나 발리는가! 세헤라자드가 1000일동안 이야기를 이어갔다면 시푸와 타이렁의 이야기로는 10000일 동안 이야기를 하고도 시간이 모자람이 있음이야! 게다가 제3의 남좌이자 최후의 승자가 되는 능청느물만만디스리슬쩍두리뭉실포까지 가세하면... 무섭다! 소심한 늘보씨 동인경력**년동안 이렇게 무시무시한 치정관계이자 삼각관계는 없었던 것 같다.
그리고 영화관을 나오면서 처음 한 생각은 '다행이야, 시푸의 사이즈가 미니라서 다행이야.'였었는데, 바로 다음으로 '타이렁이라면 사이즈의 차이따윈 처음부터 고려하지 않았을 거야! 지못미!시푸!!!' 이런 생각이 들고 또 뒤를 바로 이어 포라면 어땠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에는 타이렁이야 귀축이니 그렇다 쳐도 포는 막 나가지는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포가 어떤 캐릭터였던가! 타이렁보다 스피드가 느려서 그렇지, 얘도 지 하고 싶은 건 다 하고 지가 원하는 건 반드시 손에 넣는 놈이 아니던가! 타이렁시푸가 유혈난무귀축이라면 포시푸는 포의 만만디'나 하고 싶은데 안 될까?'눈빛공격 100만번에 질린 시푸가 자기가 양 손을 들고 항복하는 상황이 될지도 몰라! 드래곤워리어 포 무서운 아이! 그리고 지못미! 시푸! 어게인!
아아... 타이렁 타이렁! 사랑하는 사부의 바램을 자신이 이루기 위해 꼬꼬마 시절부터 피나는 노력을 하다 좌절된 타이렁을 생각하니... 나 이러다 타이렁/시푸로 슬래쉬나 팬픽을 찾아 헤매게 될지도 몰라.
모처럼 즐겁고 재미있는 영화를 봐서 정말 좋은 기분전환이 되었다. 이제 적벽대전이랑 놈놈놈도 봐야지. 룰루~
Fandom: X-Men Pairing: Logan/Scott Rating: PG-13 Unhonest They
자비에 영재학원. 재력가이자 가장 강한 텔레파시 능력자인 찰스 자비에 교수가 뮤턴트와 휴먼의 공존이라는 이상을 품고 설립한 이곳엔 많은 뮤턴트 아이들이 비밀리에 보호를 받고 있었다. 전문적인 교육과 평화를 위한 이상을 배우며 아이들은 세상으로 나아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대부분의 아이들은 사화와 가정에서조차 외면당하는 등 험한 세파를 겪어 눈치가 빨랐다. 그리고 특히 위험을 감지하는데 빨랐다.
만약 다가올 위험을 미리 알아챌 수 있다면 피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 것이다. 하지만 휴먼에게든 뮤턴트에게든 인생이란 그리 만만치 않았다. 한걸음 다가오는 치명적인 위험을 눈을 뻔히 뜨고 보면서도 앉은 채로 당할 수밖에 없는 일도 세상엔 수두룩했다. 운명의 심술 앞에 인간은 무력할 수밖에 없었다. 어금니를 질끈 악물며 마음의 준비를 하는 것 외에 무슨 일을 할 수 있겠는가. 이날 아침 학원의 아이들이 그랬다.
식당의 문을 바라보며 바비는 마른침을 삼켰다. 평소보다 30분 정도 늦잠을 자버려 아침수업에 늦지 않으려면 서둘러 아침식사를 해야 했지만, 그 두 사람이 이 문 너머에 있다고 생각하니 긴장이 되었다. 바비는 크게 심호흡을 하며 천천히 식당 문을 열었다. 꼭 짓궂기로 악명이 높은 친구가 건네준 선물 상자를 여는 기분이 들었다. 안에서 대체 뭐가 튀어나올지 몰라 긴장을 늦출 수 없는 그런 기분말이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어두운 표정을 한 친구들이 보였다. 이건 좋지 않은 징조였다.
심장이 점점 더 세게 쿵쾅거리기 시작했다. 천천히 식당을 둘러보자 시야에 두 남자가 들어왔다. 수학교사와 서바이벌 훈련 교관 교사. 현재 바비의 심장을 벌렁거리게 만드는 원흉들이었다. 그런데 이 두 사람은 꽤 멀찍히 떨어져 따로 식사를 하고 있었다. ...이건 대단히 불길한 징조였다. 심장이 터질 듯 쿵쾅거리고 등줄기를 타고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어쩐지 숨도 가빠지는 것 같았다. 그 때 로건과 스캇 두 사람이 서로를 바라보았다.
스캇은 미간에 주름을 잡으며 고개를 팩 돌렸고, 로건은 험상궂은 얼굴을 하며 으르렁거렸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본 바비는 눈앞이 캄캄해졌다. 쿼바디스 도미네! 주여 어디로 가시나이까! 대재앙을 예감하며 바비가 마음속으로 외친 이 비통한 외침은 우울한 얼굴로 식사를 하는 아이들의 심정을 대변하는 것이었다. 몸도 마음도 힘든 하루가 될 것이다. 그러러면 에너지를 쌓아두어야 한다. 아이들은 피눈물과 함께 음식을 꾸역꾸역 삼켰다. 대체 신은 어디 있는 거란 말이냐!
안 되는 놈은 뒤로 넘어져도 코가 깨진다더니. 학원의 아이들은 어쩌면 자신들은 불행의 별 아래에서 태어난 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며 침통해 했다. 하고 많은 날중에 하필이면 저 두사람이 벌이는 신경전에 불꽃이 팡팡 튀기는 오늘 같은 날을 콕 찝어 뉴욕에서 날아온 청년 재벌의 전용기를 보며 아이들은 한숨을 쉬었다.
멋진 전용제트기가 문제인 것은 아니었다. 학원의 재정을 뒷받침해주는 워딩턴3세 자체가 문제인 것도 아니었다. 문제는 진, 오로로, 행크, 교수도 있는데 하필이면 스캇이 금발청년을 배웅 나온 것이 문제였고, 스캇을 바라보는 워렌의 눈 속에 담긴 숨겨지지 않는 다정함이 문제였고, 배웅을 하는 자리임에도 불구하고 벌써 30분 째 같은 자리에 서서 시간가는 줄도 모르고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는 그들의 친밀함이 문제였고, 무엇보다 가장 커다란 문제는 그런 둘을 보며 위협적으로 목을 울리는 불사의 짐승이 문제였다. 잠시 뒤 로건과 덴저룸에서 트레이닝을 해야하는 바비, 피터, 존은 당장 교수를 찾아가 자퇴서를 쓰고 싶다는 강렬한 욕구에 휘말렸다.
"나도 좀 느긋하게 있고 싶은데, 2시간 후에 중요한 회의가 있어서 어쩔 수 없어."
아쉬움이 뚝뚝 떨어지는 목소리로 인사를 하며 제트기 안에 있는 비서를 향해 손짓을 하는 워렌을 보며 아이들은 가슴을 쓸어내렸다. 드디어 갈 모양이다.
"그럼 전화로 말했어도 됐을텐데."
아쉽다는 표정을 하는 스캇을 보며 워렌은 부드럽게 미소 지었고, 로건은 뿌드득 소리가 날 정도로 이를 북북 갈았다. 그리고 아이들은 공포에 떨었다.
"이거 때문에 직접 올 수 밖에 없었어."
비서가 가져온 묵직한 꾸러미를 건네주는 워렌을 보고 스캇은 의아한 표정으로 고개를 갸우뚱했다.
"이번에 워딩턴 연구소에서 드디어 핵융합로 성공을 했어. 안정성 테스트도 전부 통과했으니까 엑스제트의 엔진으로 개조를 해도 괜찮을 거야. 오토바이용으로 쓸 수 있는 초소형 사이즈도 따로 지시를 해 두었으니 다음에 가져올 수 있을 거야."
스캇의 얼굴은 바로 저것이 태양광 에너지구나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환한 빛이 파앗-하고 빛났다.
"워렌!"
감격에 겨워 말을 잇지 못하던 스캇은 워렌을 와락 껴안았고 워렌도 흡족한 표정을 하며 스캇을 마주 안았다. 그리고 학생들은 사악-하는 예리한 소리 다음에 들린 키리릭-하는 소리가 아다만티움 칼날이 벽을 긁는 소리라는 걸 애써 모른 척 하기 위해 필사의 노력을 해야 했다.
"과연 시티보이. 공략 포인트를 정확하게 짚고 있어."
피부가 아릴 정도로 얼어붙은 공개를 깨뜨린 건 잔뜩 감탄하는 로그의 목소리였다.
"확실히 튜닝매니아 공돌이를 꾀는 덴 엔진이 최고지."
이어 주빌레가 맞장구를 쳤다.
"저렇게 두 사람이 나란히 있으니 굉장한 눈 보신이 된다. 그치?"
물론 금발과 파란 눈을 한 화려한 미남과 짙은 붉은 렌즈의 선글라스가 작은 얼굴과 부드럽고 풍만한 입술을 돋보이게 하는, 갈색 머리 미남이 나란히 서 있는 모습은 괘 멋진 그림이었다. 하지만...
"가십란을 보면 저 엔젤이라는 사람, 굉장히 악명 높은 바람둥이 얼음왕자라던데. 미스터 써머스에게 하는 걸 보면 전혀 안 그런 것 같아."
"맞아. 다른 사람이랑 있을 땐 표정이 차가운데, 미스터 써머스랑 있으면 굉장히 부드럽잖아."
"왜, 영화나 소설을 보면 그런 사람 있잖아. 내키는 대로 아무하고나 뒹구는 것 같지만, 가질 수 없는 소중한 사람 단 한명을 마음에 품고, 물심양면으로 음지에서 양지에서 그 사람을 도와주는 그런 사람. 혹시 미스터 워딩턴이 그런 게 아닐까?"
"뭔가 로맨틱한 것 같기도 하고, 한심한 것 같기도 하고."
"맞아."
소년들은 그녀들의 워렌 워딩턴3세의 성격분석도 꽤 타당성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지금 자타공인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불사의 야수가 살기가 뚝뚝 떨어지는 표정을 하고 있고, 마치 지옥의 마왕이 저주하는 것 같은 으르렁거림에 땅이 울리는 것 같은데 어떻게 저렇게 태평하게, 그것도 저런 주제로 수다를 떨 수 있단 말인가! 그런 말이 있다. 여자는 약하다. 그러나 어머니는 강하다. 아직 어머니가 되지 않아 약한 게 저 정도라면, 그녀들이 강해졌을 땐 도대체 어떤 모습인지 소년들은 아는 것이 두려워졌다.
그 때, 스캇의 등을 토닥이던 워렌이 이쪽을, 그러니까 정확하게 로건을 바라보더니 피식 웃었다. 그 웃음은 명백한 승리의 비웃음이었고, 확실한 도발이었다. 땅을 울리는 울버린의 으르렁거림은 더욱 섬뜩해졌고, 바비,피터,존은 눈앞이 캄캄해졌다.
그 날 울버린의 울트라 스페셜 엑설런드 슈퍼 어메이징 데쓰 트레이닝 지옥 속에 빠져야 했던 세 소년은 세상에 신은 없다는 것을 통감했다.
다사다난하고 파란만장했던 그 날의 마지막 수업시간. 로그는 문득 뒷자리를 돌아보며 한숨을 쉬었다. 원래대로라면 그녀의 남자친구도 이 수업을 같이 들어야 했지만, 현재 불운한 얼음소년은 그녀의 보호자와 함께 덴저룸에서 한창 지옥을 경험하고 있는 중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교실에 작은 술렁거림이 파문처럼 번져나갔다.
시선을 앞으로 하니 창밖을 바라보는 수학선생의 모습이 들어왔다. 그 시선을 따라가자 긴 붉은 머리를 너울거리며 정원을 산책하고 있는 닥터 그레이가 보였다. 그리고 그 곁에서 나란히 걷고 있는 야성적인 남자의 모습도. 로그는 눈썹을 찡그리며 속으로 혀를 찼다.
닥터 그레이도 로건도 워낙 키가 훤칠해 두 사람이 나란히 있으니 꼭 모델커플처럼 근사하고 멋졌다. 소녀들이 한숨을 쉬며 동경할만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문제는 붉은 머리 미녀는 수학교사의 전 약혼녀라는 것이었고, 옆의 근육질의 남자는 현재 수학교사와 한 방을 쓰는 사이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보다 더 큰 문제는 세 사람이 한때 삼각관계였다는 것이다.
삼각관계라... 로그는 잠시 먼 하늘을 바라보며 새삼스러운 추억에 잠겨들었다. 물론 로건과 진, 스캇의 갈등은 삼각관계라는 말 외에 다른 말을 붙이는 건 불가능했다. 그리고 세 사람 모두 자신들이 삼각관계에 빠졌다는 자각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로건과 진이 알고 있는 진실을 스캇 혼자 알지 못하고 있었다.
한 사람을 차지하기 위해 남은 두 사람이 불꽃 튀는 경쟁과 신경전과 때로는 물리력을 동원하며 다투는 삼각관계의 일반적인 노선을 세 사람은 충실하게 밟았다. 그런데 문제는, 실상은 로건과 진이 스캇을 두고 치열한 힘겨루기를 한 것이건만, 스캇 혼자 자신과 로건이 진을 두고 싸운 거라고 믿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청년의 그 믿음은 지금도 변치 않고 굳건했다. 그래서 가끔 진이 부리는 이런 심술은 언제나 효과가 100%였다.
"녀석이 보고 있어."
"그래서 이러는 거야."
있지도 않은 보풀을 다정한 척 떼어주는 진을 보며 로건은 한숨을 쉬었다.
"예전부터 느낀 거지만 정말 멋진 성격이군, 진."
"어머, 내가 빼앗긴 것에 비하면 이 정도 심술은 귀엽다고 생각하는데? 게다가 질투하는 스캇이 귀엽지 않다고 말 할 수 있으면 어디 해봐, 로건."
질투의 불꽃을 활활 불태우는 스캇은 물론 귀여웠다. 자기랑 상관없다는 얼굴을 하려 하지만, 신경이 온통 이쪽으로 쏠려있다는 것이 눈에 뻔히 보였고, 잔뜩 골이 났으면서 애써 아닌 척 하고 있는 게 대놓고 티가 났다. 감정을 내비치는 걸 곤혹스러워 했던 청년이 이렇게 감정적이 되는 것이 자기 때문이란 걸 생각할 때마다 로건은 몸 속 깊은 곳, 척추의 맨 아래부터 간질간질한 것이 올라오는 것처럼 사랑스러움이 치밀어 올라, 내심 진의 심술에 장단을 맞추며 스캇의 질투를 즐기는 것이 사실이었다. 하지만 학생들은 달랐다.
청년의 전신을 감싼 다이아몬드 더스트가 또렷하게 보이는, 청년교사의 엉덩이를 감상하기 위해 수업에 집중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뚫고 앞자리를 차지한 여학생들은 한숨을 쉬었다. 신경이 날카로운 수학교사가 내줄 숙제의 양을 생각하면... 학생들은 결코 질투하는 스캇이 귀엽기만 하다는데 쉽게 동의할 수가 없었다.
"대체 무엇 때문에 싸운 걸까?"
수학숙제를 하기 위해 중세수학 이론서에 코를 박고 있던 키티는 17세기 수학이론서따위 금서나 마법서적으로 몰려 모두 불태웠어야 했다며 머리카락을 쥐어뜯다가 무겁게 입을 열었다.
"뻔하지."
타임슬립 능력이 있는 뮤턴트를 찾아가 17세기 수학자 전부를 암살할까 라는 생각을 하던 로그가 시큰둥하게 대꾸했다.
"예상상황1. 로건은 한 번 더 하자고 조른다. 그러나 이미 피곤에 쩔은 미스터 써머스는 다음날 수업이 있다며 튕긴다. 로건은 고집을 꺾지 않고, 미스터 써머스 역시 굽히지 않는다. 그러다 결국 싸운다.
예상상황2. 로건은 생떼를 써가며 박박 우기고 결국 넘어간 미스터 써머스가 파김치가 되어 늘어졌는데, 갑작스러운 미션이 들어온다. 미스터 써머스는 분노하고 자기가 잘못했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는 로건은 도리어 당당하다. 그래서 싸운다.
예상상황3. 로건은 아크로바틱한 체위를 제안한다. 미스터 서머스의 인내심이 마침내 바닥난다. 다양성의 추구는 오히려 미덕이라고 생각하는 로건이 화를 낸다. 미스터 써머스는 그 파렴치함에 치를 떤다. 결국 싸운다.
이거 셋 중에 하나겠지."
말을 마친 로그는 17세기 수학자는 전부 마법사로 몰려 화형을 당해야 했다며 이를 북북 갈았다.
"음... 근데 너무 원색적 아냐?"
"그럼 로건이 너무 짐승 같잖아."
로그는 순진한 표정으로 눈을 동그랗게 했다.
"응? 그럼 차원 높고 문화적이며 문명적이고 상식적인 다른 추측이 있으면 알려줘."
소녀들은 로건을 좋아했다. 처음 봤을 때는 무서웠지만 함께 지내면서 로건이 사실 다정한 보호자라는 걸 깨닫게 되었고, 구레나룻과 수염에 가려져 그렇지 놀랄 만큼 잘 생겼다는 걸 깨닫고 남몰래 핑크빛 연정을 품은 소녀들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로건의 명예회복을 위해 변명을 해 줄 말이 도저히 떠오르지 않았다. 결국 끝이 보이지 않는 침묵만이 무겁게 내려앉았다.
"원인이야 아무래도 상관없고, 그냥 빨리 끝났으면 좋겠다."
"동감."
"나 역시."
왜 싸웠냐도 조금 궁금했지만, 가장 절실한 건 이 불편한 상황이 얼른 끝나는 거였다. 스릴과 긴장은 이미 학원 밖에서 충분하도록 겪었다. 아이들이 원하는 건 평화와 안전이었다. 그래서 솔직히 말하자면 스캇을 꽁꽁 묶어 로건의 앞에 던져주고 싶었다. 그게 아니라면 넘치는 힘을 주체하지 못하는 로건에게 중성화 수술이라도 시키고 싶었다. 하지만 그럴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그 때 학생들의 눈에 휠체어를 타고 복도를 지나가는 학원 총운영자의 모습이 보였다.
"프로페서!"
"프로페서, 잠깐 기다려주세요."
급하게 달려오는 아이들을 기다려 주며 노교수는 온화한 미소를 떠올렸다.
"무슨 일들이지?"
교수를 앞에 둔 아이들의 입은 쉽게 떼어지지 않았다. 원하는 것이야 간단했다. 저 민폐커플의 정신을 조종해서라도 얼른 이 대재앙들을 거두어 달라는 말을 하고 싶었다. 하지만 입 밖으로 내놓기에 껄끄러운 말이기도 했다. 자신의 시선을 피하며 팔꿈치로 서로의 옆구리를 찌르는 아이들을 보며 노교수는 더욱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
"우리가 가야할 길은 멀고 험한 길이란다. 물론 장애도 만만치 않은 길이지. 그 장애들 중 인간들의 편견만큼 커다란 것이 바로 이기적인 힘의 남용이란다. 명심하렴. 마음을 하나로 하는 건 오직 진실과 진심이란다."
얼핏 듣기엔 당장의 상황이 불편하다고 능력으로 마음을 바꾸도록 교수에게 부탁하려 했던 아이들에게 힘을 남용해서는 안 된다고 부드럽게 타이르는 것 같았지만, 앞 서 말했듯 이미 만만찮은 세파에 시달렸던 아이들은 결코 놓치지 않았다. 노교수의 점잖은 입매에 걸린 웃음이 둘의 불화가 내심 고소해 죽겠다는 비틀린 웃음이라는 것을. 이 노교수를 사로잡고 있는 건 가장 사랑하는 막내딸 아들을 빼앗긴 아버지의 쪼잔한 분노였다. ...세상에 정의의 신은 역시 존재하지 않았다.
절망을 가득 안은 아이들은 각자 피곤에 지친 몸을 끌고 저녁식사를 위해 식당으로 향했다. 그 때 저 앞쪽으로 이 모든 문제의 원흉인 두 남자가 보였다. 말은 단 한마디도 나누지 않은 그들은 표정으로 으르렁거린 다음 고개를 팩 돌렸다. ...화해는 아직 먼 것 같았다. 멀찍이 떨어진 로건과 스캇은 각자 식사를 시작했다. 그러다 스캇이 로건을 흘끔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우울한 표정으로 샐러드를 마저 먹었다. 그리고 잠시 후 로건이 스캇을 살짝 돌아보았다. 그러더니 풀죽은 얼굴로 어깨를 축 늘어뜨리고는 묵묵하게 피가 뚝뚝 흐르는 스테이크를 큼직하게 썰어 우겨넣었다.
화해를 하고 곁에 가고 싶지만 그놈의 자존심이 발목을 잡는 두 남자의 그 서툰 꼬락서니를 본 학생들은 둘의 멱살을 잡고 짤짤 흔들고 싶다는 충동을 꾹꾹 누르며 이번 재앙은 얼마나 갈지 우울한 심정으로 그 날의 마지막 식사를 묵묵히 입에 떠 넣었다.
쿼바디스 도미네... 주여, 어디로 가셨나이까? 존재하기는 하는 겁니까? 정의는 어디 있고 상식은 어디 있는 거랍니까? 부디 청컨대 저 고집쟁이 두 사람에게 솔직함을 내려주소서. 종교가 있는 아이도, 없는 아이도 그날 잠자리에 들기 전 모두 한 마음 한뜻, 신실한 마음이 되어 간절한 기도를 했다. 그 기도가 하늘에 닿았는지 아닌지는 오직 내일이 되어야 알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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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소의 뿔처럼 혼자서도 씩씩하게 달릴 수 있는 꿋꿋함이여, 내리소서♥
by 소심늘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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